[장경동칼럼] ‘찡’과 ‘찌릿찌릿’
[장경동칼럼] ‘찡’과 ‘찌릿찌릿’
  • 문이윤 기자
  • 승인 2017.12.14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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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경동

암캐와 수캐는 교미를 통해 새끼를 낳습니다. 둘이 교미할 때 나오는 사랑을 ‘찌릿찌릿’이라고 합시다. 그리고 신이 사람을 사랑할 때 나오는 것은 ‘찡’이라고 합시다. ‘찡’은 차원이 높은 정신적인 사랑을 뜻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사랑할 때 ‘찡’과 ‘찌릿찌릿’ 두 가지가 모두 흐릅니다. 먼저 본질인 ‘찡’이 작동합니다. 마음으로 먼저 사랑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다가 몸이 참기 힘들면 ‘찌릿찌릿’한 사랑을 표현하게 됩니다.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이 ‘찡’과 ‘찌릿찌릿’을 동시에 표현하는 부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두 가지 선 중 하나가 약해집니다. ‘찡’이 끊어지고 ‘찌릿찌릿’만 붙습니다. 더 큰 문제는 ‘찡’이 끊어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붙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불륜이라고 합니다. ‘찡’과 ‘찌릿찌릿’을 다른 사람에게 붙이면 아내가 싫어합니다.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가 욕을 합니다. “저리 가, 개 같은 놈아!”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습니다. “지금 ‘찡’도 없이 나한테 ‘찌릿찌릿’만 원하는 거야? 내가 개냐?”

부부에게 문제가 있다면 바로 이 ‘찡’이 꺼진 것입니다.

남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내가 좋을까요, 술집 여자가 좋을까요? 제정신인 사람은 아내가 더 좋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왜 남편은 아내보다 술집 여자의 말을 더 잘 듣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문제가 있는 부부는 남편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퇴근해 와도 아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질 않습니다. “고맙다” “감사하다” “행복하다”는 말보다는 뭘 못했다, 뭘 안 했다, 관심이 있느냐는 둥 잔소리만 합니다.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간 이런 소리만 듣다 보니 아내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냥 싫어집니다.

그런데 술집 여자는 자주 가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콧소리를 섞어 가며 “호호호 사장님, 진짜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어서 나 눈 빠질 뻔 했어요”라고 말합니다. 남편은 자신의 돈을 빼 먹으려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뻔한 칭찬에 홀라당 넘어가고 맙니다.

남편들이 딱하지 않나요? 아내들이 자존심만 세우지 말고 술집 여자가 하듯이 하면 남편들이 얼마나 좋아할까요?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아이들을 모두 불러 놓고 “얘들아, 아빠 오셨다!”라고 호들갑을 떨면 남편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하지만 모처럼 남편이 아내에게 잘해 주려고 일찍 집에 들어갔는데 아이들에게 “별일이다. 너희 아빠가 이렇게 일찍 들어올 때도 있고”라고 말한다면 다음 상황은 뻔하지 않겠어요?

남편이 퇴근할 때 “어머, 당신 왔어요?”라는 아내의 모습이 연상된다면 주의에서 술 한잔하자고 꾀어도 뿌리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잔소리하는 모습만 연상된다면 집에 들어가기를 피하게 됩니다. 이 말은 아내가 남편을 몰아낸 것은 아니지만 남편이 집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개를 좋아하고 집에서 많이 키웁니다. 집에 들어가면 아무도 자신을 환영해 주지 않더라도 유독 개는 미친 듯이 낑낑대며 좋아합니다. 못된 짓을 하고 와도 반가워하는 건 개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다른 이로부터 반가움의 표시를 받고 싶어 합니다. 하다못해 개에게서라도 말입니다.

남도 아닌 남편이 하자는 일이 있으면 잘잘못을 따지거나 머리를 굴리지 말고 그냥 개처럼 반겨 주면 어떨까요?

글 장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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