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보)노대웅 기자 = 현대자동차가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전략이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국내외에서 스타트업, 학계는 물론 기업들과도 공동 연구개발(R&D)을 벌이는 등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에 나섰다. 국내외 오픈 이노베이션 기획을 주도한 인물은 정의선 부회장으로, 정 부회장은 모빌아이, 엔비디아, 바이두 등 글로벌 ICT 기업과의 협업에도 직접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달 15일 미래 혁신 기술 및 스타트업 메카인 미국 실리콘벨리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현대 크래들'을 출범시켰다. 현대 크래들은 실리콘밸리의 기존 사무소 '현대벤처스'를 확대 개편한 조직으로,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로봇 등 미래 핵심분야의 혁신을 이끌게 된다.

크래들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지형을 바꿀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 모델들을 우선적으로 감지하고, 이에 대한 현지 선 검증 기능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국내 R&D센터가 필요로 하는 기술 보유 스타트업을 탐색하고, 그룹의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기술을 공동개발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크래들' 을 시작으로 이스라엘을 비롯해 미래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글로벌 혁신 거점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최근에는 서울대학교, 삼성전자, SKT 등과 자율주행차 공동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내 5만 제곱미터 부지에 5층 규모의 '퓨처 모빌리티' 기술 센터를 만들고, 자율주행차량 시험 트랙을 비롯한 정비시설, 연구동, 통합관제센터 등을 세울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연구를 주도하는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7일 " 현대차는 아이오닉 등 시험차량과 인터페이스를,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용 반도체와 카메라 센서와 통신장비를, SK텔레콤은 관제센터에 필요한 통신과 ITC서비스 등의 기술을 제공한다"면서 "자율주행 시스템 구축이라는 큰 결과물을 위해 각 분야 주요 기업들이 서울대를 통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9월에는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과대학, 한국 카이스트(KAIST)와 함께 'HTK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내년 초 이스라엘 스타트업과 협업해 기술 개발을 진행할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향후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미래차 기술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다.

스타트업 발굴과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SK텔레콤, 한화자산운용과 'AI(인공지능) 얼라이언스 펀드' 조성을 맺고, 유망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내년 1·4분기에 각사가 1500만 달러씩을 출자해 4500만달러(약 500억원)의 재원을 마련, 혁신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춘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캐나다의 AI 솔루션 기업 '엘리먼트 AI'가 투자 자문을 맡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 가치를 지닌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해 융·복합 기술 혁명에 따라 급변하는 대내외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했다"며 "투자 수익 실현 뿐 아니라 혁신 기술 정보 탐색, 글로벌 기술 트렌드 분석, 협업 네트워크 개척 등 차세대 기술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에는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 '럭시'(LUXI)에 5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 5일에는 '럭시'(LUXI)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공동연구에 나섰다.

럭시는 등록 차량 20만대, 회원수 78만명을 보유한 국내 카풀 서비스 선도 스타트업으로, 현대차는 럭시와 함께 카풀 특화 서비스 플랫폼 '카풀 이웃으로 내차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카풀 알고리즘과 시스템 등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연구할 방침이다.

현대차와 럭시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을 리스 구매한 100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 출퇴근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발생한 수익을 통해 차량 리스요금을 상환, 경제적 부담을 낮추도록 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이번 협업을 통해 차량 이동 데이터 활용 방안은 물론 공급-수요자의 매칭 알고리즘, 공유경제 운영 플랫폼 등을 면밀히 연구, 기존의 차량공유 사업을 뛰어넘는 새로운 모빌리티 비즈니스 개발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차량공유 기술과 고도화된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을 접목시켜 운전자 없이 승객을 실어 나르는 '로봇택시'나 '무인 배달 차량' 등 미래 혁신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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