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g에 3000만원에 달하는 삼중수소까지 매우 쉽게 분리

(창업일보)소재윤 기자 = 1g에 3000만원에 달하는 삼중수소까지 매우 쉽게 분리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개발됐다.

경남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공학과 오현철 교수팀은 중수소 분리에 매우 효과적인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flexible metal-organic framework)’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 화학회지(JACS) 온라인 속보(12월4일자)에 공개됐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문회리 UNIST 교수, 마이클 허셔(Michael Hirscher)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다. 원자력 발전과 연구용 장비 등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전체 수소 중 0.016%로 극히 미미하고 수소혼합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하기도 어려워 매우 비싸다.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는 기체의 온도나 압력에 영향을 받아 구멍이 커지는 독특한 물질이다. 어떤 원소의 동위원소는 그 원소와 같은 수의 양성자와 전자를 갖지만, 이는 다른 수의 중성자를 가진다.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분리하기 까다롭다.

오 교수팀은 대표적인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인 ‘MIL-53’을 이용해 중수소를 효과적으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다공성 물질에 외부 자극을 줘서 동위원소 기체를 손쉽게 분리하는 방식을 제안한 최초의 연구라 학계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오 교수팀은 수소 기체를 만날 때 기공 구조가 바뀌는 ‘MIL-35(Al)’을 선택해 중수소 분리에 도전했다. 이 물질은 양쪽 끝이 뚫린 긴 고무관처럼 생긴 대표적인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다.

MIL-35(Al)의 작은 기공(0.26nm, 1nm=10억 분의 1m)은 극저온(-233도)에서 수소 기체를 만나는 순간부터 커져서 큰 기공(0.85nm)으로 변한다. 기공의 확장은 입구부터 시작해 중심부로 연속해서 진행된다.

이때 중수소는 작은 기공이 있는 중심부로 먼저 이동한다. 이들이 다공성 물질의 벽면에 먼저 흡착되기 때문에 뒤따라온 수소는 흡착되지 못하고 결국 다시 빠져나가게 된다. 결국 MIL-35(Al)에는 중수소만 남게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노출 온도와 압력, 시간을 바꿔가며 기공 구조를 체계적으로 조절해 최적의 기공 크기를 찾아냈다. 그 결과 MIL-53(Al) 1g당 중수소 12mg이라는 많은 양의 중수소를 분리할 수 있었다.

그동안 기존 연구에서는 같은 온도에서 분리 인자 6, 중수소 분리양은 다공성 물질 1g당 중수소 5mg에 그쳤다.

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수소 동위원소 분리에서 플렉시블 금속-유기 골격체의 잠재력을 입증할 수 있었다”며 “이 연구는 삼중수소를 비롯해 다른 동위원소 혼합기체 분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핵융합기초연구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 신진연구자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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