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25년 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둔 박모(54)씨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창업 컨설팅 업체를 찾았다. 박씨는 퇴직금 등으로 1억여원을 받아둔 터라 ‘적당한 곳에 그럴 듯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한 곳은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박씨가 원하는 수준의 창업을 위해선 적어도 1억원은 더 필요했다.

 

박씨는 거래하던 보험사와 은행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통해 6000만원을 만들었지만 남는 4000여만원은 마련이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보험사에는 연 12∼13%, 은행에는 연 10%의 이자를 갚아나가야 했다. 박씨는 결국 눈높이를 낮춰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기로 했다. 중소기협중앙회가 최근 소상공인 및 자영업 창업희망자 199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창업준비 과정에서 ‘자금조달’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창업자금은 창업준비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창업자금의 범위가 정해져야 업종과 입지, 규모 선택 등 창업 계획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이라는 게 박씨 사례처럼 항상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창업희망자에게 도움이 되는 금융상품과 지원 제도를 살펴보자.

 

자신의 신용이나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충분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자금조달은 한층 수월해진다. 그러나 공공기관을 이용하는 것보다 이자율이 높고, 대출까지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금융기관을 이용한 대출의 상식은 주된 거래처 확보. 주거래은행이 없다면 최소 6개월 전부터 은행 한 곳을 정해두고 거래를 집중해야 한다. 금융권 대출은 기본적으로 시중 은행의 종합통장 대출, 적금 대출제도, 보험회사의 부동산담보대출, 새마을금고와 상호신용금고 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등이 있다. 자영업자를 위한 신용대출 상품도 다양하다.

 

은행권은 최근 주택대출상품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소호 대출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KB스타론’과 ‘KB스타샵론’을 선보였고, 우리은행은 ‘소호 서포터스론’이란 상품을 내놨다. 이들 상품은 자동승인 시스템을 도입해 금융기관 대출의 약점인 처리 기간을 줄였다.

 

하나은행은 ‘희망제작소’와 손을 잡고 300억원 규모의 펀드(하나희망펀드)를 조성해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 신용대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저소득층, 저신용자에게 ‘창업을 통한 자립의 기회’를 주는 것이 목적이다. 대출희망자는 희망제작소 산하 소기업발전소에 대출을 신청하고 적정성을 심사받게 되며 하나희망재단이 최종 승인을 내린다. 금리는 연 3∼4% 수준.

 

공공기관 창업자금 대출은 금리가 저렴한 편이어서 예비창업자들의 관심이 높다.

 

공공기관에서 지원해주는 창업자금으로는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개선자금’,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중소·벤처 창업자금’, 여성부의 ‘여성기술인력 창업자금’, 서울시의 ‘중소기업육성자금’ 등이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의 ‘여성가장 창업자금’, 근로복지공단의 ‘장기실업자 자영업 창업지원사업’ 등 점포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소상공인지원센터의 경우 창업자금 대출은 전체 예산 3300억원 내에서 이뤄지며, 소진되기 전까지 신청할 수 있다.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상담을 거쳐 자금추천서를 받아 금융기관에 제출하면, 금융기관에서는 부동산담보 또는 신용보증서, 연대보증을 요구한다.

 

심사에서 대출까지는 일주일 정도. 대출금리는 연 5.4%(변동)가 적용되며 대출한도는 5000만원이다. 1년 거치 후 4년간 대출금액의 70%를 3개월마다 분할 상환하고 나머지 30%를 상환하는 조건이다.

 

기획예산처도 저소득층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법인 ‘사회투자재단’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월 설립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금융권을 이용하기 힘든 저소득층에 무담보로 일정 수준의 창업자금을 대출해줄 예정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창업자금 지원제도도 놓치지 말자. 추경예산 편성이 한창인 시점이다. 경북도는 이달 초 4억원의 추경예산을 긴급 배정해 컨설팅과 대출이자 보전 등 지원에 나섰다.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에서 금융기관과 연계해 가맹점의 창업자금을 지원해 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뷰티숍 프랜차이즈 ‘이지은레드클럽’과 보쌈체인 ‘원할머니보쌈’, 비빔밥브랜드 ‘본 비빔밥’, 요거트전문점 ‘레드망고’ 등 20개 업체는 지난해 5월부터 국민은행과 함께 가맹점 창업자금을 지원해주는 ‘KB프랜차이즈 대출’을 시작했다. 운영 한도는 프랜차이즈별로 50억원 내에서 무보증·무담보 대출이 가능하다.

 

㈜멕시카나의 경우 올 초부터 가맹점 창업자를 대상으로 3000만원까지 창업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이미 20여명이 대출을 받아 가맹점을 개설한 상태. 36개월 분할 상환하며 금리는 월 6% 수준이다.

 

주점 프랜차이즈의 경우 주류업체가 제공하는 무이자 주류대출을 중개해 준다. 주류대출은 주류를 취급하는 외식업소에 한해 받을 수 있는 대출. 무담보로 2000만∼40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점포를 운영하며 10∼20개월까지 원금을 분할해 상환한다.

 

해산물전문주점 ‘섬마을이야기’와 ‘취하는건 바다’ 가맹사업을 전개하는 포유프랜차이즈(www.4ufranchise.com)도 주류대출을 중개해 주고 있다.

 

창업전문가들은 창업자금을 설계할 때 점포 임대 비용으로 50%, 시설 및 집기 구입 비용으로 40%,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때 운영자금은 석 달 정도 매출 상황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가 좋다. 그리고 대출금은 전체 창업비용에서 3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창업자금 대출은 창업시기를 고려해 자금 운용이 급박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여유를 두고 신청해야 한다”면서 “자금 조달이 순조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출에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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