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에 주황 천막을 치고 골목에서 영업 하던 영세 노점이 점점 사라지고 기발한 아이템과 인테리어로 무 장한 노점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입소문과 유명세를 탄 먹 을거리 노점들이 ‘분점’ 형식으로 체인화하는가 하면 창업기획 업체가 ‘뜰만한’ 노점 아이템을 선정, 재료와 설비를 공급하 며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형 노점도 적지 않다. 바야흐로 노점 프랜차이즈(Franchise Chain) 시대. 노점 프랜차이즈는 장기 불 황에 과감한 투자를 꺼리는 사람들과 청년 실업층에서 특히 각광 받고 있다.

 

기상천외한 노점 프랜차이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붕어빵, 어묵, 호떡, 군고구마 같은 ‘고전적인’ 먹을거리 아이템이 캐 릭터와 영업 노하우 매뉴얼을 보유한 어엿한 ‘브랜드’로 탈바 꿈하는가 하면 ‘1000원 스파게티’ 등 노점 아이템으로 상상하 기 힘들었던 품목들이 등장, 행인들의 눈과 식욕을 자극한다.

 

최근 거리에는 전기 군밤 프랜차이즈 ‘야한밤’, ‘누드밤’ 등 군밤 기계와 군밤을 공급하는 업체에서부터 유명 중국 호떡 노 점 이름을 따온 ‘종로원호떡’, ‘원호떡’, ‘오이도 호떡’ , 커피 노점 프랜차이즈 ‘헬로 테이크 아웃’, 즉석에서 수제로 소시지를 소스에 묻혀 굽는 ‘수세소시지’, 즉석 스파게티 노점 ‘바바스’, 고구마를 으깨 빵으로 만들어주는 ‘고구미’ 등 수십개의 노점 프랜차이즈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먹을거리뿐 아니라 액세서리, 인형, 옷 판매 노점에 물건과 노하 우를 공급하는 업체가 생겨 날 정도로 ‘노점 프랜차이즈’는 뜨 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형태의 노점 프랜차이즈들은 적게는 한달에 3만원, 많게는 30만~300만원의 가맹비와 교육비를 내고 영업을 시작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압구정 닭꼬치’ 노점을 하고 있는 주정 일 사장은 “전국에 30개 체인점이 있다”며 “체인점 문의가 최 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사동에서 프랜차이 즈 호떡 노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업체에서 차량 구입, 인테 리어 설치 등의 도움을 받아 경험이 전혀 없는 나 같은 사람도 호떡을 만들어 파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노점 프랜차이즈가 난립하는 원인은 무엇보다도 ‘불황’ 때문이 다. 김영문 계명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젊은층이나 조기퇴직자들 사이에 적은 비용으로 시도할 만한 노 점이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그러나 너도 나도 노점으로 눈길 을 돌리면서 ‘평범한’ 아이템으로는 경쟁이 힘들기 때문에 ‘ 프랜차이즈 기획 노점 아이템’이 주목받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노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실패확률을 줄이기 위해 검증된 맛과 노하우를 인정받는 ‘브랜드 노점’을 찾는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그러나 “노점은 프랜차이즈 형태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불법’이고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에 또 다른 형태의 위험요인 이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앞에서 1000원짜리 햄버거 노점으로 성공, 자신의 가게를 열고 40여개의 분점을 내 노점 업계 ‘신화’로 불리는 ‘영철스트리트 버거’ 이영철 사장은 그러나 “아무리 브랜드화된 노점이라도 단속과의 숨박꼭질, 위생 문제 등 여러가 지 어려움이 있다”며 묻지마식 노점 투자를 경계했다.

 

이 사장은 “노점 브랜드화 경쟁이 심해져 진짜 힘든 사람의 노 점 진입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자료원 문화일보

 

 

저작권자 © 창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