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을 창업하면 주인은 재료는 어디에서 사야 좋은지, 간은 얼마나 해야 할지 등 손님에게 조금이라도 더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마침내 손님들에게 ‘손맛’을 인정받아 곳곳에 분점을 내게 된다면 어떨까. 맛을 동일하게 유지하려면 요리과정을 잘 정리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각 분점에서는 철저히 매뉴얼에 따라 같은 재료, 같은 조리방법으로 음식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원조 음식점의 맛을 기억하는 손님은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고는 한다. 그것은 매뉴얼에 따라 각 분점에서 만든 음식의 맛은 비슷하지만 원래의 ‘손맛’이 없는 탓이다.

 

매뉴얼은 초창기 주인이 가졌던 열정, 정성 및 노하우의 결정체이다. 그러나 각 분점의 요리사들이 그 매뉴얼 속에 담긴 혼(魂)을 구현해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채 단순히 매뉴얼을 충실히 따라만 한다면 초창기의 손맛을 우려내기는 어렵다. 결국 독특한 손맛을 잃은 음식은 머지않아 손님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연륜이 쌓이고 규모가 확장되면서 창업 당시에 갖고 있었던 고객 만족을 위한 열정과 정성 등은 사라지고 그것을 업무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든 행동 기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간이 갈수록 사원들은 혼이 스며 있는 정신적 가치는 잊고 형식적인 매뉴얼만 기억하는 것이다.

 

얼마 전 정인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사장에게서 우리나라 대표 외식업체로 키우기까지의 비결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재미있는 사례 중 하나가 상품권 잔액이 많이 남은 고객이 환불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것이었다. 상품권은 액면가의 60% 이상을 써야 환불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고객의 요청을 거절할 수도 있지만 규정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기꺼이 환불해준다고 했다.

 

고객이 현장에서 실제로 원하는 것은 매뉴얼과 같은 잘 만들어진 형식가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고객만족을 실천하는 것, 즉 본질 가치이다.

 

일본주식회사라는 말이 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뤄낸 것을 약간 비꼬아 표현한 말인데 그 요체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규정을 넘어 모든 일본인들이 기꺼이 협력했다는 것이다.

 

기업도 이와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어떤 규정보다 고객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단순히 말로 때우거나 겉으로만 따르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그 상황에서 실제로 원하는 것을 성심성의껏 수행하는 가치(Hands-on Value)가 변질돼 매뉴얼화(識化)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고객을 상대하는 모든 이들이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자료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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