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속 커피숍, 동물병원 내 애견미용실,

미장원 속 피부관리실, 빵집 안의 아이스크림집…

 

서울 신촌 마리아칼라스 레스토랑은 입구 한쪽에서 노트나 다이어리, 수첩 등 문구류를 판매한다. 레스토랑에 전시된 퀼트작품들로 디자인한 것이다. 레스토랑 관계자는 “레스토랑의 이미지도 잘 알릴 수 있고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독특한 문구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매출도 꾸준한 편”이라고 말한다. 지난 3월 새로 오픈한 박승철 헤어스투디오 관악점은 매장 안에 피부마사지실을 두어 고객이 머리를 손질하는 동안 핸드마사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분당 수내동에 있는 대형 스파 내로 아예 입점해 고객 확보와 수익 면에서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올 들어 점포 안에 점포가 있는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창업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서히 증가하던 숍인숍은 불경기 여파의 지속으로 매출 증대를 위한 전략으로 최근 업종 불문하고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김수란 팀장은 “불황으로 점포들마다 평균 30% 이상 매출액이 줄었다”며 “아이템을 늘리고 기존 점포의 고객을 흡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숍인숍 창업이 본격화됐다”고 전한다. 숍인숍은 건물 임대료, 인테리어비용 등 초기투자비용이 들지 않아 평균 3000만원 안팎이면 창업이 가능해 소자본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청년 실업자가 20만명을 넘어서면서 20대 창업 인구가 늘어난 것도 숍인숍 창업 열기에 한몫 했다는 것이 소상공인 지원센터의 분석이다.

 

패밀리레스토랑서 장난감 팔기도

현재 숍인숍 창업으로 뜨고 있는 아이템은 다양하다. 은행이나 주유소 안의 커피 전문점을 비롯해 동물병원 안의 애견 미용실, 미용실 안의 피부관리실이나 네일관리숍, 의류상가 안의 의류수선 전문점, 한의원 안의 두피관리실, 베이커리 전문점 안의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 숍인숍 특수업종은 따로 없을 정도다. 서로 만나 윈-윈 할 수 있으면 그만. 기존 점포는 자투리 공간 활용과 동시에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고 소자본창업자들은 비용이나 홍보 면에서 부담을 덜 수 있어 상생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로즈버드, 베리스타 등 숍인숍 창업에 적극적인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하루 동안 받는 상담전화만 평균 30여통 된다고 한다.

 

올 들어서는 외식업체의 숍인숍 마케팅도 눈에 띈다. 웰빙 고기전문점인 계경목장은 유기농전문 프랜차이즈인 유기농신시와 손잡고 매장 내에 유기농 전문코너를 설치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새싹비빔밥이나 영월 항아리 된장을 테이크아웃으로 판매했는데 반응이 좋아 보다 적극적인 판매전략으로 유기농 전문 매장을 유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겹살 전문점인 자수정삼겹살은 매장 한쪽에서 자수정 원석과 구이판, 자수정을 활용한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패밀리레스토랑인 카후나빌은 매장 입구에 어린이 장난감 자판기를 설치해 의외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랜차이즈 업계에 뛰어든 와인치킨 ‘베리웰’은 시작부터 숍인숍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 기존의 배달 위주 치킨 전문점과 차별화 전략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카페 분위기로 꾸미고 한쪽에 와인 홀더나 와인 잔, 앤틱 소품 숍을 마련한 것. 베리웰 윤세영 이사는 “판매보다 와인치킨 이미지를 살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는데 의외로 젊은층에서 와인 소품에 대한 반응이 좋고 프랜차이즈 문의도 많이 오고 있다”며 “와인병에 유리 세공으로 사진이나 메시지를 새겨주는 서비스 등 앞으로 숍인숍 형태의 차별화 전략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웰빙, 웰룩킹… 사회 트렌드 반영돼

대기업도 숍인숍 형태 영업망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유기농 전문매장인 총각네야채가게는 LG전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앞으로 LG전자의 하이프라자 매장이 들어서면 숍인숍으로 총각네야채가게도 함께 매장을 오픈한다. 전자제품의 주소비자 역시 주부라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 기획 초기 당시 김쌍수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직접 총각네야채가게 본점을 방문해 판매현황이나 주요 고객층을 점검할 정도로 큰 관심을 표명했다. 실제 제휴 1호점인 대방점은 야채를 사러 온 주부들이 미닫이문으로 연결된 LG전자 매장도 아울러 둘러보면서 LG전자의 제품 홍보나 수익에 실질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총각네야채가게는 LG전자에서 실시하는 직원교육을 함께 받으면서 대기업의 시스템이나 경영마인드를 배울 수 있어 숍인숍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현재 대방점에 이어 가양점을 오픈했고 하반기 들어 새로운 제휴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웰빙, 웰룩킹, 매스티지(중산층이 명품 구입하는 현상) 등 사회 전반의 트렌드와 흐름을 같이 하는 것도 숍인숍 창업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요구르트아이스크림은 즉석제조기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고 피트니트센터인 웰바디는 스포츠센터 옆에 영양식판매, 피부관리실까지 두어 웰빙에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비타민 전문업체인 비타민하우스는 약국이나 병원 내 숍인숍 체인점 유치를 전략으로 삼아 현재 3000여개 체인을 확보했다. 지난해 병원 판매용 비타민 메이커로 신설한 ‘닥터스 초이스’는 벌써 1500여개까지 체인점이 늘어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고급가구 브랜드인 까사미아는 올해초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지하 아케이드에 숍인숍 매장을 오픈하면서 가구숍은 상가 1층에 진열해야 한다는 기존 가구숍 공식을 깬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까사미아 김혜영 팀장은 “호텔과 가구의 고급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지고 호텔 고객을 상대로 한 새로운 수요도 창출할 수 있어 활발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이나 사전 조사는 필수”

숍인숍 매장이 증가하는 데는 할인점 등의 매장관리 전략도 한몫한다. 홈플러스 건강식품 코너의 황인수 팀장은 “한 달 평균 15건 정도의 숍인숍 입점 문의를 받고 있는데 제품 검증이나 시장움직임을 다 파악할 수 없어 직영 판매보다 부담이 적은 숍인숍 유치를 권장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기존 점포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는 것에서 발전한 복합점포 형태도 속속 등장해 세계맥주전문점인 와바는 스파게티 전문점과 브랜드 제휴를 했고 프랜차이즈 업체인 큰들f&b는 삼겹살 전문점과 가마솥밥 전문점을 결합, 낮밤의 업종을 달리 하면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로즈버드 이정일 계장은 “로즈버드는 요구르트 아이스크림과 베이글, 샌드위치, 커피 등을 판매하는 베르로사라는 복합 스낵전문점을 설립해 제주도에 1호점을 열었다”며 “서울에 매장을 열면 본격적인 홍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황극복을 위한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는 앞으로 계속 다양화할 전망으로, 최근에는 ‘숍아웃숍(shop out shop)’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점포 앞에 한 평 정도 공간을 마련해 자릿세를 내거나 수익을 나누는 거리 매장으로, 도너츠 가게 앞에 츄러스 전문 판매대, 샌드위치 전문점 앞의 아이스크림 판매 등 젊은이들이 부담 없이 창업할 수 있는 형태를 일컫는다.

 

그러나 장사가 되지 않아도 자릿세를 내야 하고 마진을 5 대 5 정도로 나누기 때문에 숍인숍 창업이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또 전문가들은 숍인숍이 장사가 잘 되면 기존 점포가 영세창업자를 몰아내고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실례로 한 커피전문 프랜차이즈는 병원이나 대학 내에 월 매출액이 1000만~2000만원을 훨씬 웃도는 지점의 경우 기관이 직접 운영을 하겠다고 나서 소자본창업자들이 발붙이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소상공인 지원센터 서정헌 업무개발팀장은 “하루 평균 25건 정도의 문의를 받지만 상권이나 품목 등을 직접 면담해 보면 실효를 거둘 수 없는 업종을 선택하는 창업자들이 의외로 많다”며 “숍인숍이 창업 부담은 적어도 교육이나 사전 조사는 필수”라고 조언한다. 자료원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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