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의 그늘 (2)

 

직원 월급도 못 주는 프랜차이즈 본사. '한탕주의' 엉터리 본사가 판치고 있다. 상당수 프랜차이즈가 브랜드 파워를 키우면서 물류에서 이문을 남기는 프랜차 이즈 본연의 자세는 뒷전이다. 그저 '가맹점 수 늘리기'에만 급급하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02년 12월 프랜차이즈 총람에 따르면 가맹점 3개 이하인 본사가 프랜차이즈 본사 전체 가운데 7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여건이 이러니 자연스레 한탕주의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창업전문가들 말이다. 한탕주의 엉터리 본사는 조직 체계는 커녕 가맹점 관리 허술, 전 문성 결여와 본사 직원들의 잦은 이직을 달고 산다는 것이다.

 

김 모씨(35)는 지난해 1년 간 프랜차이즈 본사를 다섯 곳이나 전전했다. 석 달 도 못돼 직장을 옮긴 이유는 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다. 그가 처음 입사한 프랜차이즈 본사는 사장을 포함해 직원이 단 3명뿐이었다. 본사는 지속적인 광고를 통해 가맹점 상담을 하고 월 2개 꼴로 점포를 개설했다. 김씨는 가맹점 상담을 하면서 점포 개설을 위해 야간 근무는 물론 주말에도 일을 했다. 게다가 이미 개설된 점포의 불평불만 처리와 전문 슈퍼바이저 기능까지 해야 했고 각종 거래처 관리까지 해야 했다.

 

사장이 원하는 업무는 김씨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사장은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기본급으로 90만원만 지급했다. 오랫동안 실직 상태에 있다가 취업한 김씨였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두 달 만에 직장을 그만뒀다. "취업이 너무 쉽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모두 열악한 근무조건 탓이었나 봐요."  이후 김씨는 서너 곳의 본사(가맹점 수 10개 이하)를 전전했지만 똑같은 경험을 하면서 그만둬야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맹점 모집에만 열중하는 계약직 영업사원(일명 오더맨).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탕주의를 부추기는 주범이다.

 

기본급 한 푼도 없는 수당제 사원을 했다는 조민철 씨(28ㆍ가명). 그는 군 제대 후 취직을 하기 위해 기업에 여러번 원서를 냈으나 경기가 워낙 침체돼 번번이 실패했다. 고민 끝에 그는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미각만큼은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던 조씨는 창업 전에 경험도 쌓고 어깨 넘어 경영도 배울 겸 음식 관련 프랜차이즈 본사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본사는 가맹점 8개를 확보한 상태였다. 사장은 그에게 본사 업무 대신 돈을 많이 줄테니 오더맨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그는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잘됐다 싶어 흔쾌히 승낙했다.

 

"건당 계약수수료를 300만원이나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갖은 감언이설로 예비 창업자를 설득해야 했죠." 처음 몇 달 간은 돈버는 재미에 열심히 했다는 조씨.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 본사 사업모델이 부실해 계약을 체결하기가 쉽지 않았고 이런 사정을 속여가면서까지 돈에 눈이 멀어가는 자신이 한심했기 때문이다. "불량품을 판다는 가책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조씨는 현재 가맹점수 100개 가 넘는 곳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삼수 끝에 취업을 했다는 슈퍼바이저 정일호씨(32ㆍ가명). 가맹점을 수시로 관리하면서 본사와 가맹점간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그는 이런 회사 사정 때문에 본연의 일은 뒷전이고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일에 매달려야 했다. 본사의 자금력 부족과 인력 부족이 빚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결국 정씨가 다 니는 본사는 슈퍼바이저들이 영업맨으로 전락하면서 가맹점 관리는커녕 메뉴 개발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경험에서 보듯이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 중 상당수가 종업원 10명 이내의 소규모 회사로 근무 조건이 열악한 실정이다. 적지 않은 본사가 사내 교육시스템이나 제대로 된 업무 체계를 찾아볼 수 없는 '한탕주의 엉터리 본사'로 전락하면서 창업자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자료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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