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는 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에 투자와 소비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요즘에는 경기침체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대형점포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도 일명 ‘손바닥 점포’라고 하는 5평 이하의 소점포들이 규모가 작은 대신 기술력이나 차별화된 상품, 특별한 서비스로 고객들의 발길을 잡아 불황을 돌파하고 있다. 손바닥창업은 점포임대비를 줄여 창업자금뿐만 아니라 고정 운영비용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형 창업이다. 인건비와 투자비를 최소화하는 대신 저렴한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박리다매 상술로 실수익을 높일 수 있어 처음 창업에 도전하는 가정주부나 자본이 부족한 청년 창업자가 시작하기에 좋다.

 

손바닥 창업으로 좋은 아이템으로는 꼬치구이전문점이나 테이크아웃 커피ㆍ아이스크림전문점, 어묵전문점, 액세서리매장, 웰빙형 쌀전문점 등이 있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은 다양한 고급커피를 길에서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로 5~10평 정도의 소규모로 창업할 수 있다. 최근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속옷전문점 역시 4~5평 정도면 충분하다. 대신 좁다는 인상을 주지않고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저지방 요구르트 아이스크림도 인기. 이와 발을 맞춰 테이블이 필요하지 않은 테이크아웃 아이스크림전문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꼬치구이전문점은 대부분 노점 형태의 판매방식이지만 몇 년 전부터 고급형을 추구하는 프랜차이즈 형태도 나타났다. 5평 정도의 유동인구가 많은 매장에서 1,500만~3,000만원선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길거리 창업으로도 많은 어묵전문점은 어묵의 평균 단가가 낮기 때문에 부담 없는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한 아이템.

 

액세서리는 국내에 아직 전문화된 업체가 드문 만큼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여성의 미를 추구하는 상품으로 불황에도 꾸준히 소비가 이어지는 품목. 요즘은 원석이나 비즈를 이용한 액세서리전문점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신은경씨(33ㆍ프시케 www.i-psyche.co.kr)는 지난 8월 부산의 한 주택가에 3평짜리 액세서리전문점을 오픈했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일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창업을 하는 것이 전망이 있다고 판단,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온 것. 당시 그녀가 가진 3,000만원 가량의 돈에 적합한 점포를 찾다 보니 작은 규모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액세서리 가게는 넓게 시작할 필요 없이 혼자 볼 수 있는 정도의 크기면 괜찮다. 대신 입지는 번화가는 아니어도 구매인구가 많은 곳이어야 했다. 신씨의 점포는 새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곳의 신축상가 1층. 권리금이 없고 보증금도 1,000만원으로 저렴할 뿐만 아니라 20대 후반에서 40대의 구매 가능한 여성층이 많아 액세서리점이 들어서기에는 적합한 입지였다.  동네상권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고객관리가 중요했다. 동네는 단골이 생기기도 쉽지만 한 사람이라도 소홀히 대했다가는 금방 소문이 나는 곳이기 때문. 액세서리는 은 관련 제품이 많기 때문에 구매고객에게는 언제라도 세척을 해주고 아무리 저렴한 제품이라도 애프터서비스를 철저히 한다. 100% 환불과 교환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핸드메이드 제품이라 같은 디자인이 여러 개 나오지 않는 편이고 일주일 단위로 신제품이 출시되기 때문에 단골고객이 대부분이다. 현재 신씨는 3평 점포에서 월평균 900만~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조만간 또 하나의 점포를 낼 계획도 갖고 있다.

 

손바닥 창업으로 적합한 아이템 중 하나인 즉석쌀ㆍ선식전문점은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안전아이템이다. 동네쌀집이 발전한 즉석쌀ㆍ선식전문점은 소비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도정 횟수를 정하고 즉석에서 도정해 주는 곳. 최근에는 주부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위해 원스톱 매장을 지향하면서 쌀 외에 생식, 선식 등을 판매해 웰빙 판매점으로 거듭나는 경우도 있다. 울산에서 웰빙형 즉석쌀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명선씨(29ㆍ네추럴후레쉬 울산 옥동점 www.nfresh.com)의 점포는 4평이다. 떡집이나 대형 참기름집에 쌀을 공급하는 미곡상회에서 경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씨는 창업을 준비하던 중 웰빙형 쌀전문점에 대한 TV 소개를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웰빙형 즉석쌀전문점은 창업자의 자금 사정에 따라 취급품목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맞춤형 창업아이템. 어린 자녀가 있는데다 창업비용이 넉넉하지 않았던 이씨가 선택할 수 있는 아이템은 관련분야에 경험이 있어 잘 알고 있는데다 소규모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쌀이나 잡곡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이씨는 기계 한 대만 놓고 시작할 수 있는데다 5~20kg 정도의 소형으로 배달하기 때문에 크게 힘이 들지 않는 즉석쌀전문점을 선택했다. 점포 주변에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버스정류장이 있어 오가는 사람이 많다. 창업비용은 2,500만원. 비어 있던 가게라 권리금 없이 전세 1,000만원에 가맹비와 인테리어비, 초도상품비 등으로 1,500만원이 들었다. 즉석선식도 취급하고 싶었지만 소형점포라 기계를 놓을 자리가 없었다. 물건이 들어올 때는 남편이나 근처에 사는 남동생이 도와주고 점포 바로 옆에 친정집이 있기 때문에 배달을 가야 할 때는 친정부모가 잠시 가게를 봐주기도 한다. 4살인 자녀는 오전에 유치원에 갔다가 오후에는 점포나 친정집을 오가며 놀기 때문에 안심.

 

유기농 제품판매는 고객관리가 중요하다. 일반상품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고객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응대에서머뭇거리거나 확실히 설명하지 못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다. 또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홍보가 중요하다. 오씨는 점포문을 닫는 일요일이면 아파트 현관 하나하나에 자석스티커를 붙이고 전단지를 돌린다. 인근 아파트에 장이 서는 일요일이면 홍보용 주걱을 나눠주고 지나가는 사람이 매장에 들어오면 홍보용으로 포장한 쌀을 나눠주기도 한다.배달을 가서도 홍보는 이어진다. 점포에서 볶아낸 미강으로 차를 만들어 고객에게 나눠주면 특히 반응이 좋다. 미강이 건강에도 좋고 구수한 숭늉맛이 나지만 가정에서 만들어 먹기는 번거로웠기 때문.  현재 이씨는 월평균 매출 1,200만원, 순수익 300만원 정도를 올리고 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유기농이나 친환경제품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해 고소득을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좀더 자리가 잡히면 가게를 넓혀 선식도 취급하고 고객들에게 ‘정직한 가게’라는 믿음을 얻고 싶다.

 

손바닥 창업은 동네에서 시작할 수 있고 창업비용이 적어 리스크가 낮은 점이 최대의 장점이다. 하지만 점포가 작다고 해서 ‘한번 해볼까’ 하는 식의 주먹구구식 창업은 금물. 창업자는 충분한 사전조사와 차별화된 운영전략을 갖춰야 한다.  점포가 작으면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차별화된 인테리어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좋다. 주변에 대형점포가 들어서 있다면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톡톡 튀는 간판으로 고객의 발길을 끌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구매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매출상승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또 입지확보가 중요하다. 최대한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선택한다. 변두리의 허름한 가게를 일부러 찾아갈 고객은 없기 때문. 업종에 따라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동인구를 잡을 수 있는 대학가나 패션가, 극장가가 좋다. 소규모 점포는 좁은 장소에서 많은 물건을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공간활용을 잘해야 한다. 불필요한 물건은 점포 밖에 보관하고 점포 내에 둬야 할 경우 한쪽 구석에 종류별로 분류해 모아둔다. 상품진열에 있어서도 구매력이 높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다. 글/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자료원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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