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싫어했던 배우 리스트를 작성했다면 몇 년전만해도  황신혜가 꼽혔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배우 황신혜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상당히 존경스런 눈으로 볼 정도로 변화가 있었지만요. 황신혜라는 인물의 변천과정을 보다보면 '변화'를 관리하는 능력이랄지, 새롭게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다각화 능력 등이 영리하고 뛰어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는 '황신혜 경영'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살리면서 다각화에 성공을 하고 있습니다.

 

황신혜를 제가 싫어했던 것의 반은 개인적인 이유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80년대말 90년대초 여자들이 황신혜를 미인의 전형처럼 숭상할 때도 별로 예쁘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90년대초 황신혜가 한국 최고의 미인으로 인기로 전성기를 구가할 때 저는 재일교포 가수 박주리를 취재하려고 김포공항에 나갔습니다. 박주리는 재일교포임을 밝히고 가수생활을 하면서 인기를 모아 일본 아사히 신문에도 소개되는 등 화제의 인물이었습니다. 김포공항에 가보니 박주리를 만나러 온 기자들이 몇 명 더 있었습니다.

 

이들과 얘기를 하던 도중,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면서 한 여자를 주시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그 사람이 박주리라고 생각하고 잽싸게 다가가서 "박주리씨시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그 여자는 대단히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지나가더군요. 세상에 자기를 모르는 사람도 있냐는 표정으로. 그 때 연예쪽을 담당하던 다른 신문사의 여자선배가 저보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저 여자가 황신혜인데 황신혜도 모르냐고"하더군요. 그때 황신혜의 도도하고 쌀쌀한 표정이 기억에 남아 싫어하는 배우로 늘 황신혜를 꼽았습니다.

 

그러고 세월이 흘러 황신혜도 소위 스타라는 관점에서 보면 최전성기를 지난 듯 보였습니다. 예쁜 후배들이 밀고 올라오면서 광고 등에서도 밀려나기 시작했고, 화려한 주연자리도 점점 남의 차지가 되는 것 같더군요. 일단 기업으로 치면 성장기와 성숙기를 거쳐, 점차 후퇴기에 접어든 단계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몇몇 스타만 제외하고 수명이 짧은 우리나라 여자배우의 평균수명으로 볼 때 더욱 그러했지요. 황신혜의 나이가 이미 한국나이로 42세니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황신혜라는 인물을 다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피트니스 비디오를 출시하면서부터 입니다. 현역에서 활동하는 미모의 배우로 이미숙씨도 있고 김미숙도 있고, 정애리도 있지만 40을 넘긴 나이에 피트니스 비디오를 낸다는 것은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연기의 폭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황신혜라는 브랜드를 피트니스 산업이라는 쪽까지 확장한 것입니다. 흔히들 기업들이 다각화를 한다고 할 때 크게 3가지 중에 하나를  이용합니다.

 

첫째는 막대한 자금입니다. 돈이 많다면 신규 사업분야로 진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두번째는 기술입니다. 새로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사업을 확장해가는 방식입니다. 삼성전자가 옛날엔 가전을 주로 하다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이 그런 예입니다. 세번째가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가 있고, 브랜드가 강력하다면 이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황신혜는 아름답다는 이미지만 갖고 승부를 하기보다는 지난 6월 '스타일 바이 씨네' 피트니스 비디오를 내면서 "황신혜는 건강하게 아름답다"라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확장한 것이지요. 그런데 황신혜가 단순히 피트니스 비디오만 내고 말았다면 아마 같이 피트니스 비디오를 낸 모델 이소라와는 큰 차별성을 두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제가 '황신혜의 경영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월18일 황신혜가 속옷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하면서 '엘리프리(ELYPRY)'라는  상표까지 만들고 제품을 출시했다고 하는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황신혜는 피트니스 비디오를 통해 자연스럽게 몸매를 드러냈고, 그를 통해 사람들의 이미지속에 속옷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킬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포티한 속옷을 입고 피트니스 운동을 할 경우 너무나 자연스러운 조합이 되는 것이지요. 결국 황신혜는 배우에서     피트니스 모델, 그리고 패션디자인까지 너무나 부드럽게 사업을  다각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마 배우만 하다가 속옷 디자이너를 바로 했다면 디자인 분야을 확장하는데 좀 더 어려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배우로서의 성장기가 끝난 상황(연기가 아니라 수입측면에서), 그래서 인접 브랜드로의 확장, 신규종목으로 진출. 이런 모든 것이 황신혜 개인이 개발하고 발전시킨 아이디어라면 국내외 평균적인 기업 경영자보다도 훨씬 뛰어나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국내의 많은 사업들도 제품 사이클이 쇠퇴기에 들어가 곤경을 겪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압니다. 그런 기업에 종사하는 분이나,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황신혜의 경영 노하우'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고종원. 자료원 blo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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