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말 그 혹독했던 IMF 외환위기를 보낸 지도 벌써 6년이 훨씬 넘었다. 그 사이 우리 생활과 의식도 너무 많이 변화되었고 이제는 주 5일 근무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이제 ‘정년’이란 말을 듣기 어렵고, 40대 초반인 경우는 명예퇴직도 고려해야 하는 그런 상황까지 되었다. 사오정, 오륙도, 육이오에 이어 화려한 백수와 백조, 캥거루족 등 청년실업을 빗대는 이러한 신조어들을 이제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경기가 장기적으로 불황인 상황에서 퇴직금 등 이자로 생활하는 경우도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금리를 실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 직장인 대부분이 평생직장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직장인들도 사실상 회사가 정년까지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고, 동료들끼리 나누는 대화도 장래와 노후생활에 대한 주제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요즘 직장인들은 개인사업 즉, 장사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다.

 

무슨 아이템이 잘 되는지, 어떤 부업거리가 있는지, 직장과 병행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자금은 얼마나 드는지 등 직장생활 이후의 계획에 관심이 몽땅 집중되어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중장년층의 경우에는 나름대로 오랜 직장생활을 바탕으로 그동안 모은 자금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며 알고지냈던 친지들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여 제2의 인생을 사는 경우가 상당히 늘고 있음을 본다.  하지만 취업이 별따는 일처럼 어려운 작금의 현실 속에서, 젊은 20~30대의 청년 직장인들의 경우는 직장을 박차고 나가 바로 창업을 추진한다는 것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가뜩이나 경기도 어렵고 경험도 없는 상황에서 단지 혈기만을 앞세우는 ‘묻지마 창업’은 실패로 가는 확실한 지름길임을 철저히 경계해야 하고 가능한 보수적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이는 나름대로 축적된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을 고려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금융기업에서의 20여년이란 생활을 뒤로 하고 전직을 한 뒤 소상공인들의 창업상담과 사업경영을 지원해 오는 최근 5~6년 동안,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나름대로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로, 부업으로 시작하여 장사의 감을 우선 익히라는 점이다. 20~30대의 청년 직장인들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당분간은 직장생활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면서 보수적이고 단계적으로 자신의 사업구상을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직장인의 경우는 먼저 자투리시간 등을 활용해 관심있는 업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거나 소자본투자 부업형태로 시작하여 본업으로 키워 나가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직장생활의 불안감으로 적더라도 수입을 더 얻기 위해 부인이 부업의 형태로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 큰 일이 생기기전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차선책으로 집에서 부업을 하는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부업이 본업으로 바뀌게 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

 

둘째로, 자투리 시간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라는 점이다. 요즘 직장에서는 ‘아침형 인간‘이니 ’퇴근 후 3시간‘이니 하여 시간의 효율적인 활용을 강조하는 실용서들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는 경쟁전략의 차원에서 시간관리의 중요성과 함께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자기사업에 대한 기본을 일깨워 주는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옛날과 달리 야근이니 특근이니 해서 수당이 조금 더 나온다고 일에 매달리는 사람도 흔치 않다고 한다. 회사 입장에서도 비용절감 차원에서 정시출근과 퇴근을 권장하고 업무를 마치면 자신을 위해 시간을 활용하는 경향이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창업을 생각하는 경우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자투리 시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바로 나온다. 필자가 잘 알고 지내는 중견기업 K과장은 경기가 어려워지고 구조조정이 빈번한 환경에서 이제는 더 이상 평생직장이 개념은 없고 평생직업만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전공인 경리업무도 외부에 아웃소싱을 주어 위기의식을 느끼던차에, 투잡을 통해 사업마인드를 기르기 위해 친지가 운영하는 편의점 파트타임 근무를 시작하였다.이후 고객응대, 재고, 발주관리, 점포관리 및 종업원관리 등 2년여의 실전경험을 통해 이제는 어엿한 편의점 체인사장으로서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살아가고 있다.

 

셋째로, 관심분야를 같이 하는 사람들과 소액투자로 지분 참여방식으로 시작하라는 점이다. 여유 돈이 어느정도 있는 직장인의 경우에는 믿을 수 있는 주변 사람의 창업계획에 투자로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직접 운영에 참여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더라도 전반적인 사업의 흐름이나 실적 등을 알게 되면서 사업을 체험할 수 있다. 물론 동업자가 믿을 수 있어야 하며, 계획하는 사업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투자 대비 수익률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동업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보다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한 예로 중견그룹 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L과장은 퇴근 후매일같이 다른 직장에 근무하는 대학동창생들을 만난다. 친구들끼리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 위해 사무실을 얻어 놓고, 퇴근 후 함께 모여 기술개발과 법인설립 등 사업 추진을 구체화해 가고 있다.

 

끝으로, 초기에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시험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직장인의 경우는 자투리시간을 활용하여 사업을 추진하되 아르바이트든, 부업이든, 동업이든 간에 초기에는 위험부 담을 최소화하면서 시험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보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생활이 힘들어진 필자의 친구 J는 점포창업을 구상하고 자문을 요청하였다. 아무래도 목이 좋은 상권에 경쟁력 있는 규모로 창업을 하려면 자신의 현재자금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하므로, 주변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을 설득해 소액투자를 유치했다. 자신이 사장을 맡고 이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주주들을 구성한 것이다. 아무리 잘 아는 사람들이라도 사업계획서를 자세히 만들어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을 보여주었고,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도 미래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투자를 받아낸 것이다.  투자금액은 각자 다르지만, J사장은 매월 투자자들에게 운영실적을 보고하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등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글/ 조태현. 중소기업청 동인천소상공인지원센터장,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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