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집의 인테리어가 럭셔리한 분위기를 낸다고 성공에 근접할 수 있을까? 대형 점포가 박리다매만을 위해 저렴한 시설 컨셉으로 가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 방법일까? 분명한 문제는 업종마다 연관되는 시설의 이미지는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선을 넘지 않는다는것이다. 그 상식적인 선을 뛰어 넘는다는 것은 실로 리스크를 많이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고 이는 소자본 창업자에게는 그다지 권장할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필자가 모 강의 말미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30대 초반의 남성분이셨는데, “저는 어머님과 10년이 넘게 순대집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창의적인 컨셉이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교육을 받아왔기에 청량리 모 지역에 퓨전풍의 순대전문점을 하고 싶은데 강사님의 견해는 어떠시냐?”는 것이었다. 그에 필자는 아무런 주저없이 “망해도 좋을 창업 자금이라면 한번 해보셔도 좋겠다”라는 노골적인 답을 했다. 어리둥절하고 기분이 상한 얼굴을 보면서 부연 설명을 다음과 같이 했다.

 

“사장님은 순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언가요?  (…침묵) 재래시장, 허름한 가게, 비위생적인 도마 등이 연상되지 않으세요? 우리가 알고 있는 순대의 연관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결코 백화점이나 세련된 가게가 연상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장님께서 구축하셔야 할 창업의 집중 부분은 시설 컨셉이 아닌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럼 와인 삼겹살이나 찜닭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삼겹살이나 닭집의 이미지를 뛰어 넘어선 결과가 아닌가요?”

 

“물론 그런 성공의 케이스도 있습니다. 문제는 사업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겁니다. 해당 내용의 사업주체는 일개 개인이 아닌 체인 본사입니다. 체인 본사의 주요 고객은 일반 대중이 아닌 많은 자금을 가지고 있는 예비 창업자라는데 그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대중의 소비력은 1만원 미만이지만 체인 본사가 상대할 주요 고객은 수천에서 수억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저 맛 하나가 대단히 좋다라는 정도로는 단기간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점이죠. 그래서 사장님이 개인의 자격으로 한 개의 점포에 특별한 시설을 한다는 것은 무리수가 따를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특히 사장님이 거론하신 지역의 경우와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역과 시설의 궁합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물론입니다. 주변 식당이 다 허술하다고 그 틈새를 노려 메뉴와 상관없이 고급화 전략에만 매달린다면 초기 고객에겐 신선함으로 공략되어질 수 있지만 그 한계는 뻔합니다. 대중적이고 평범할수록 절대적인 맛의 차별화가 관건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엔 돈까스 하나를 먹기 위해선 반드시 레스토랑을 찾아야만 했다. 돈까스를 허름한 분식집에서 먹는다는 것은 돈까스라는 음식 그 자체를 즐기고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혀 관심을 끌 수 없다. 바로 돈까스에서 연상되는 고급화가 그것이다. 고급 음식을 고급 식당이 아닌 곳에서 먹는다는 것은 그다지 내키는 일이 아니고, 자신의 소비에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없다. 식당도 결국은 소비에 대한 만족감을 얼마나 많이 줄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대패 삼겹살을 고급 가든에서 서비스 한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점주의 입장에서 전혀 수익에 도움이 되는 메뉴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시설을 했더라도 이용하는 고객이 그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시설의 감가상각은 급격하게 떨어지게 마련이고, 고객 역시 수준(?)이 낮은 고객으로만 채워져 박리다매의 정책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음식을 즐기는 입장에서도 어딘가 모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드럼통에, 뒷사람과의 부딪힘과 소란함 속에서 먹었던 삼겹살을 켠켠히 막힌 룸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부담이 되는 그런 공간이라면 삼겹살 시식 후에 얻어지는 만족감을 잃게 되고, 규모나 시설에 대해 만족했던 감정 역시 음식에서 얻어지는 불만으로 인해 재방문의 기회를 갖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이 말은 고객을 가장 편한 상태에서 그에 걸맞는 음식을 팔았을 때 고객 만족도가 극대화 된다는 뜻이다.

 

글/ 이경태. 창업과 사업아이템 대표 컨설던트. 문의 019-870-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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