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창업은 대부분의 소자본창업자들이 실행하고 있는 창업형태입니다.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결속력이 강하고 무엇보다 직원 인건비를 아낄 수 있어 요즘같은 불황기에 많은 사업자들이 욕심을 낼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가족창업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확실한 경영논리를 세우지 않으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아래 글은 부정적인 측면에서 본 가족창업의 한 단면입니다. 그리고 가족창업의 성공사례를 통해 어떻게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그 일례를 제시해 놓았습니다. 가족창업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소규모 창업자가 반드시 곱씹어볼 만한 내용입니다. - 편집자 註

 

소자본 창업자들은 대부분 가족 형태의 창업을 한다. 인건비라도 벌자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솔직하게 남들에게 줄 돈 내 가족이 가져가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실제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도 아주 한참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첫째 가족들 중 전문가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창업자들은(소자본, 대형을 떠나서) 안팎이 모르기는 매 한가지다. 따라서 주방이나 서빙 등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없어 우왕좌왕하기 일쑤라는 점이다. 둘째는 창업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가정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가족 모두가 고단한 고생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아내는 주방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 힘이 들고, 남편은 서빙에 배달에 정신이 없다. 어린 아이는 학교에 다녀오면 천덕꾸러기처럼 가게 한구석에서 숙제와 놀이를 병행한다. 게다가 늙으신 노부모도 소일거리라도 돕는다며 가게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쪽박식당의 모습이다. 행복하자고 시작한 장사가 서로 힘든 얼굴로 하루를 보내는 직행티켓을 구입한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장사가 잘되어 매일매일이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고, 불신하고 그래서 힘들어한다.

 

이 두 가지만 보더라도 가족간의 창업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창업 전문가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신뢰가 가장 깊은 부부끼리의 창업을 권유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창업 전문가들의 경험 부재라고 감히 지적할 수 있다. 몸으로 체득한 경험은 이론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많은 창업 전문가들이 실제 자신의 돈으로 식당을 운영해 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컨설팅 불신의 사례를 양산해 내는 지도 모른다. 두 가지의 사례를 통해서 부부간의 창업이 성공보다는 실패의확률이 높다는 점을 지적할까 한다.

 

식당의 사례는 아니지만 첫 번째 사례는 편의점을 부부가 운영한 예다. 신길동에 사는 30대 초반의 박모씨 부부는 남편이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위탁 편의점을 창업했다. 4천만원대의 소액으로 번듯한 가게를 운영하면서, 24시간 영업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기 가능하고, 본사의 안정적인 지원으로 운영이 편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직영점의 점장으로 근무하던 박씨는 편의점이 안고 있는 상품로스에대한 단점을 부부 책임 운영으로 해결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여기까지는 전문가다운 식견으로 창업을 준비한 내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부 운영으로 잃게 될 두 사람의 행복은 염두에 두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결혼 4년차로 어린 아기도 있는 그들의 현실에서 12시간 맞교대 근무는 부부간의 스킨쉽을 잃어버리게 했다. 한 사람이 일을 하면 한 사람은 자야 하는 상황에서 둘만의 시간은 요원한 일이었다. 게다가 한창 엄마의 사랑으로 성장해야 할 아기가 할머니의 손에서 커간다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결국 3년간의 열정으로 적지 않은 목돈(돈조차 쓸 일이 없었다고 한다)을 만든 것은 좋았지만 한참 아이를 함께 키우며, 미래를 설계하면서 부부애를 다져야 할 시기를 놓쳐 부부간의 관계는 어느덧 하향점을 달리고 있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뒤늦게 그것을 느낀 부부가 새로운 창업을 위해 필자를 찾아왔을 때 필자는 지금이라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면 아내는 집에서 애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사람 하나를 써 인건비를 주더라도 한 사람은 일터에서 한 사람은 가정에서 제 몫을 하는 길만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일이라고 했다. 월수입 500만원이 아닌 300만원이라도 더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다는 필자의 말에 보다 밝은 얼굴로 상담실을 나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두 번째는 필자의 사례다. 필자는 100여 평 규모의 횟집을 경영했다. 처음엔 필자 혼자서 가게를 꾸려가려고 했다. 이미 간접 체험을 통해 부부간의 창업이 그다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10명의 종업원을 채용하면서 매달 지출되는 적지 않은 급여가 내심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아내의 투입을 결정하고 5살 아이는 처남댁에 부탁을 하였다.  처음에 아내는 서빙 책임자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필자와 같은 공간에서 부딪히는 일이 잦아지고, 주방의 인력이 수시로 바뀌면서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내는 주방 보조로 일을 하고, 홀은 필자가 맡아가면서 운영을 하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규모가 크던 작던 간에 주방과 서빙은 약간의 알력을 가지고 있다. 서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방에서 제때 음식을 내주지 않아 골탕을 먹이고, 주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성을 들인 음식을 함부로 서빙하는 것이 단적인 표현이다. 그래서 주인은 이들간의 중재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필자가 가게의 사업자이기는 하지만 초록은 동색이라고 부부는 공동대표가 될 수 밖에 없다. 서빙이 필자를 의지했다면 주방은 당연히 아내를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기울어짐 없는 대치가 그런 식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매출이 좋은 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모두가 모여 즐겁게 회식을 하지만 매출이 저조해 결산에 적자라도 볼라치면 은연중에 책임 소재를 가리게 된다. 음식이 전보다 못하다느니, 요새 서빙이 무슨 정신으로 주문을 받는지 모르겠다는 등… 또한 부부이면서 같은 경영자이다보니 남들에게 대하는 것 보다 더욱 쉽게 지적을 하고, 투정을 부리게 되어 각방을 써야 하는 일도 심심찮았다.

 

제대로 이해될 수 있는 사례인지는 모르지만 가족간의 창업이란 반복하여 소수의 행복을 뜻한다.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들어와 위로를 받고 피로를 풀어주고 하는 역할 분담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서로가 힘들어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들다면 가족간의 행복은 힘들게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장사가 안되어 적자로 일관되어 질 때는 그 어려움이 증폭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가급적 장사는 한 사람이 집중하고 다른 한 사람은 보조자로 역할을 줄이는 것도 대박식당을 위한 한걸음이라고 단언한다.

 

▶ 대박식당 사례.

 

가족간에 함께 일을 하면서도 운영을 잘 하는 사례를 들어볼까 한다. 필자는 강의에서 굳이 가족이 해야 한다면 동업자 정신보다는 수직적인 구조이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간단하다. 사업 주체가 다른 가족의 노동력에 대해 정확하게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소개하는 식당은 그 노하우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마포구청 인근의 샤브샤브 전문점은 가족 중심의 운영을 한다. 사업 주체자인 어머니를 비롯해 친정어머니, 시누이, 딸, 그리고 예비사위까지 일을 한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주방 찬모 둘과 파트타임 서빙 뿐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책임을 줌과 동시에 정확한 임금 계산을 한다. 가족을 쓰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함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면 남에게 대하듯 정확한 지적을 한다. 가족이라고 설렁설렁 일하는 것은 용납되지도 않는다. 그렇게 상하관계를 명확히 하여 점포를 운영하니 긴장감은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내제된 긴장감보다는 서로를 의지하고 자유로운 외부 행동이 더 강하다. 서로간의 대화도 많고 농담도 즐겁다. 그래서 웃을 수 있고, 덩달아 손님도 기분이 좋아진다. 쉽게생각하면 쉬울 수 있는 가족에 대한 임금 지불은 이런 결과를 낳는다.

 

글/ 이경태. 창업과 사업아이템 대표 컨설던트. 019-870-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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