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정액에 대해 과세..주례비 강의료 등은 제외...실제 걷히는 세금은 미미할 듯

반세기만에 종교인 과세에 대한 기본 윤곽이 나왔다. 정부가 18일 배포한 '종교인 세부 과세기준안'에 따르면 근로소득세를 기준으로 하고 필요경비는 모두 공제해준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14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찾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엄기호 목사와 종교인 과세(소득세법 개정안) 관련 면담을 나누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c)창업일보.

(창업일보)노대웅 기자 = 종교인 과세의 기본 윤곽이 나왔다. 

18일 기획재정부는  근로소득세 기준을 적용하고 실제 필요 경비는 모두 공제해 준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종교인 세부 과세기준안'을 배포했다. 

이날 배포한 '종교인 세부 과세기준안'에 따르면 명칭이나 지급 명목에 관계없이 소속된 종교단체로부터 정기·정액적으로 받는 돈에 세금을 매기며 주례비 강의료 등은 제외된다.

근로소득세 기준을 적용하고 실제 필요 경비는 모두 공제해 주므로 시행 초기 과세 부담이 무겁지 않아 실제 걷히는 세금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가 거론된 1968년 이후 반세기 동안 성역으로 여겨지던 종교인에 대해 드디어 세금부과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생활비, 사례비, 상여금, 격려금 뿐 아니라 공과금, 사택공과금, 건강관리비, 의료비, 목회활동비, 사역지원금, 연구비, 수양비, 도서비 등이 과세 대상이 된다. 

다만 목회활동비, 사역지원금, 접대비 등 실제 지출한 비용에 대한 정산이 증명된다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종교단체가 직접 소유 또는 임차해 종교인에게 거처만 제공하는 경우 비과세 대상이지만 현금으로 주거비를 지원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 자기 소유 차량을 이용하는 종교인의 20만원 초과 유지비도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종교인이 신도로부터 받은 사례비 역시 과세 대상에서 뺀다. 병원에 방문하는 심방에 대한 사례비, 결혼식 주례비, 학교에서 받는 강의료 등이 해당된다. 다만 학교에서 종교의식을 치르고 받는 사례비는 종교인 소득으로 과세 대상이다.

종교인 소득에는 근로소득세와 동일한 세율(올해 6∼40%)을 적용한다. 그러나 종교인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므로 필요경비 공제가 인정된다. 

현행 소득세법상 연소득 2000만원 이하는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자동 공제하고, 2000만∼40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1600만원(2000만원 이하 구간)에 더해 2000만원 초과분의 50%(최대 2600만원)를 공제한다. 4000만∼6000만원 구간은 최대 3200만원, 6000만원 초과 구간은 3200만원에 더해 6000만원 초과분의 20%를 공제한다.

또 연말 정산에서는 인적공제와 의료비 등 세액공제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더라도 실제 낼 세금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천주교와 대한성공회가 교단 차원에서 자진 납세하고 있는데다 일부 종교인들도 기타소득 또는 근로소득 중 하나를 선택해 과세당국에 신고·납부하고 있어서다. 

기재부는 전체 종교인 23만여명 중 실제 세금을 내는 경우는 20% 수준인 4만~5만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되는 세수는 1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추정한다. 

오히려 정부에서 받아가는 돈이 많아져 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소득이 낮은 종교인들이 기타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면 세금을 내지 않을 뿐아니라 근로장려금(EITC)을 받을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EITC는 가족 재산이 1억4000만원 미만이고 연소득이 맞벌이 2500만원, 외벌이 2100만원 미만이면 받을 수 있다. 

종교인 과세 논란의 핵심인 '세무조사' 범위를 놓고도 여전히 시끌하다. 

종교계는 세무조사가 자칫 이단세력이 종단의 분열을 책동하고 신뢰도를 흠집 내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치적 이유로 세무조사를 빙자한 사찰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와 세무 전문가들은 반박한다. 이미 소득세법에 종교인 세무조사의 범위를 '종교단체의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 중에서 종교인 소득과 관련된 부분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재정 공개나 세무조사 악용 우려는 이해하나, 세무조사시 장부와 서류를 종교인 개인 소득 부분에 한해 제출하도록 이미 입법화돼 있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면서 "국민 개세주의(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 원칙에 입각한 종교인 과세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논의는 지난 196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공론화됐지만 종교계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이후 반 세기 가까이 종교인 과세는 성역(聖域)처럼 여겨져 왔고 정부 차원의 공식적 논의도 2012년까지 사실상 없었다. 

이명박정부 말기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원칙적으로 종교인 과세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역시 유야무야 됐고, 박근혜정부때인 2015년 12월 종교인에게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다만 시행일을 2018년 1월1일로 정해 2년을 유예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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