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장사를 잘하는 집을 가면  고객은 '왕'이 아니라 어느새 종업원이 되고 만다.

 

고객이 항시 손님의 역할만 요구하는 집과 스스로 종업원을 자처하는 집이 있다면 주인의 입장에서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일까? 아홉 가지를 잘하다가도 한 가지를 실수하면 사람은 자신에게 피해를 준 한 가지를 마음에 두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어느 날 주인도 모르게 실수를 하게 되면 늘 웃으며 찾아오던 단골들도 발길을 멀리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장사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여건만 되면 장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 가게를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아래의 사례와 비교해보고 내가 어떻게 접객 서비스를 했는가 반성한다면 모든 어려움의 시작은 본인에게서 나오는 것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방통대 서울 학습관 뒷골목을 가면 항아리집이라는 수제비 집이 있다. 좌석수가 30석 정도 되는 작은 가게이다. 메뉴는 수제비와 칼국수 그리고 보리밥이다. 이 집의 특징은 손님들이 주인을 부르는 일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앞손님이 자리를 뜨면 쟁반을 들고 대충 먼저 치우고 자리를 앉는다. 재떨이도 직접 가져다 놓고, 주인이 가져다준 그릇이 많다 싶으면 쓰지 않는 그릇은 따로 치워둔다. 물이 부족하면 스스로 물병을 채워서 마시고 여하튼 가급적 주인을 불러 고단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서비스를 받았기에 이러는 것일까?

먼저 이 집은 주인 내외의 인상이 참으로 반갑다. 단골이건 처음 오건 간에 넉넉한 미소로 접객을 한다. 둘째 음식 맛이 좋다. 상에는 항시 김치 항아리가 두 개가 놓여 있어 언제든 마음껏 먹게 하는 것과 함께 재료를 아끼지 않은 음식을 제공받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셋째 그릇을 다양하게 내어놓는다. 항아리에 가득 담은 수제비와 수제비를 퍼담을 종지며 물그릇이며 게다가 동동주라도 하나 시키면 투박한 뚝배기 그릇을 내어놓는다. 이렇게 서넛이 가서 한 상을 받다보면 그릇이 정말 수북하다.  넷째 남다른 서비스가 있다. 주문을 하면 김치를 담는 접시 2개와 작은 보리밥을 준다. 놓여있는 김치를 비벼 허기를 면하라는 배려다. 필요하면 보리밥을 추가로 주는데 여자들에게는 적당한 요기가 될 정도다. 동동주는 강원도의 친척이 직접 빚은 맛깔스러움으로 원하면 반동이(2천 원)도 주는데 그 양이 조금 적게 주는 집의 한 동이 양과 비슷할 정도다.

다섯째 혼자 온 고객을 홀대하지 않는다. 이 집도 여는 식당과 마찬가지로 피크 타임은 식사 시간대. 그러다보니 테이블 회전을 위해서 혼자 온 손님을 외면하거나 합석을 강요하고 하는 일이 있을 법 한데 전혀 그런 일이 없다. 필자가 이 집을 단골로 삼게 된 이유도 어느 날 한참 바쁜 시간에 혼자서 식사를 하는데 늦게 온 손님을 기다리게 하고서 필자가 편하게 식사를 마치게끔 만들어 준 것이 그 계기였다. 덕분에 지금은 필자 집안의 월 1회 회식 장소겸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 애용하는 자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잔돈은 받지 않는다. 10,500원, 21,000원은 여지없이 깍아 준다. 이건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하기 힘든 일이다. 500원을 하루 열 테이블만 깍아 준다면 5,000원이다. 한 달이면 150,000이라는 공과금 내기에는 충분한 큰돈이다.

이러다 보니 두세 번 방문한 사람은 자연스레 단골이 되고 단골도 그냥 단골이 아닌 스스로 잔심부름을 처리하는 단골이 되어 버린다. 또 저마다 홍보는 얼마나 하고 다니는지 모른다. 값싸고 풍성한 양을 맛보여주기 위해서, 서울에선 맛보기 힘든 동동주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낌없이 홍보를 한다 (벌써 필자는 이렇게 칼럼으로 홍보를 하면서). 노련한 영업 전략을 구사했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단지 내가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그렇게 장사하는 것이 편해서 시작했다는 주인의 말을 들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고객을 왕처럼 진심으로 대하면 어느새 고객은 훌륭한 종업원이 되어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글/ 이경태. 창업과 사업아이템 대표 컨설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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