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빚으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2003년 3월 현재 167만명으로 전체 신용불량자 283만명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발행매수가 1억장을넘어서 경제활동인구 1인당 평균 5장의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셈이다. 신용카드는 현금성, 편리성, 범용성(汎用性)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무서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래는 신용카드의 유래 및 현황...[편집자 註]

 

 

여러분은 지금 지갑에 신용카드를 몇 장 갖고 계십니까? 요 몇년 새 신용카드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카드가 가계경제를 주도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물품구입이나 현금 서비스는 물론 버스·지하철 요금까지 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현금이 따로 필요없는 편리한 세상입니다. 반면 카드는 신용불량자와 카드 돌려막기, 카드빚 범죄 같은 우울한 사회현상을 낳는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지요. 신용카드는 어느덧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았지만,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신용카드의 등장은 실로 우연히 이뤄졌습니다.

 

1949년 미국 시카고의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는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난 후 지갑을 가져오지 않아 큰 곤란을 겪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한 번쯤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까’ 생각한 그는 친구인 변호사 랄프 슈나이더와 함께 이듬해 세계 최초의 신용카드인 ‘다이너스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저녁을 먹다(dine)’가 곤경을 당한 사람들(diner)의 모임이 신용카드의 출발점이 된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신용카드 회원은 고작 200여 명이었다고 합니다. 모두 프랭크 맥나마라와 랄프 슈나이더의 개인적 친구들이었고 이들의 카드를 받아주는 가맹점도 뉴욕에 있는 14개 식당에 불과했습니다. 초기의 신용카드는 경제적 기능보다 그 외적인 측면, 즉 ‘성공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던 것이 대중소비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급속한 속도로 보급돼 오늘날과 같은 ‘카드 소비사회’로 비약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1967년 신세계카드(일종의 백화점 카드)가 처음 등장한 후, 현재는 카드 발행매수가 1억장을 넘어섰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1명이 평균 5장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사용액도 98년 64조원이던 것이 2002년에는 623조원으로, 불과 4년 만에 10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 지출 중 신용카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합니다.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카드 대국(大國)’입니다. 물론 신용카드의 급속한 보급은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신용카드가 지닌 효용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비자(visa) 인터내셔널은 신용카드의 효용성을 다음의 10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1. 편리성.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2. 안전성. 도난·분실에 따른 위험이 적다. 3. 긴급상황에 대한 보호기능. 4. 범용성(汎用性). 현금은 사용지역이 제한되나 카드는 전세계 어디서나 사용가능하다. 5. 가계부 역할. 매출전표가 소비지출 내역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6. 소비자 보호기능. 카드로 구매한 물품에 흠이 있으면 카드사들이 조치를 취해준다. 7. 부가 서비스. 포인트적립이나 마일리지제도 같은 것들이다. 8. 소비활동의 유연성. 꼭 필요하거나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이 있는데 현금이 없더라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9. 가계 예산편성 보조. 매달 결제일에 맞춰 지출을 조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10. 인터넷 쇼핑의 필수 수단.

 

‘제3의 화폐’로 불리는 신용카드는 이처럼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는 새로운 결제 수단이지만, 이 요술방망이에는 무서운 ‘함정’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소비욕구를 부추겨 자기 능력 이상으로 돈을 쓰게 함으로써, ‘부채의 늪’에 빠뜨리는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금 우리 경제는 개인의 과도한 카드빚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신용불량자 283만명 중 167만명(전체의 60%)이 카드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입니다. 특히 10대(5123명), 20대 신용불량자(54만명)는 대부분 카드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입니다. 카드빚 때문에 강도짓에 나서는 등의 사건도 벌어지고 있지요. 신용불량자란 30만원 이상 금융기관 빚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을 말하며, 일단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 금융거래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신용불량자 등록은 경제적 ‘사형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에, 채 피어보지도 못한 10대나,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1차적인 책임은 물론 본인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카드를 마구 발급한 신용카드사들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요 몇년 새 국내 신용카드사들은 카드 발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10대나 대학생들에게 앞다퉈 카드를 발급하며 소비를 부추겼습니다. 원래 법 규정상 신용카드는 만 18세 이상으로 신용카드 이용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이 확인된 자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부모)의 동의서와 소득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는 자에게만 발급토록 제한하고 있으나, 국내 카드사들은 법을 어기고 부모 동의를 받지 않은 미성년자나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마구 카드를 발급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카드발급 남발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카드사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카드빚을 못 갚는 회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이 매달 1000억원 이상의 적자(赤字)를 볼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신용카드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요. 현대 사회는 신용사회이고, 신용을 바탕으로 한 경제활동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신용카드엔 세금혜택(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 등의 여러 가지 편리한 혜택이 달려 있습니다. 즉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지, 카드에 죄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자료원 조선일보 김홍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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