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휴대폰단말기보조금, 무엇이 문제인가

* 휴대폰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한 기획기사입니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밀집한 011 휴대전화 대리점들은 손님이 평소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SK텔레콤이 지난 21일부터 한 달간 영업정지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용산 광운대리점의 박동진 실장은 “12월 성수기를 앞두고 신규 가입자를 받을 수 없어 타격이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SK텔레콤에 이어 다음달에는 KTF가, 내년 1월에는 LG텔레콤이 차례로 20일간의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이 같은 사상 초유의 영업 정지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은 이동통신사들이 모두 보조금 지급 금지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휴대폰 보조금 문제인가 =보조금 지급이란 휴대전화기를 공장 출고가(出庫價)보다 싸게 파는 행위를 말한다. 보조금이 말썽을 빚게 된 것은 지난 97년 011과 017이 양분하던 이동통신시장에 016·018·019 등 후발 사업자들이 뛰어들면서부터다. 업체들은 일선 영업 점포에서 가입자 1명을 유치하면 수십만원씩의 보조금을 주는 등 무차별적인 고객 유치 경쟁을 펼쳤다. 영업점은 본사에서 받는 보조금을 무기로 신규 가입자에게 30만~40만원 하는 고가의 휴대전화기를 공짜로 뿌려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멀쩡한 휴대전화기를 6개월이 멀다하고 신형으로 교체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등 과소비 풍조가 일었고, 비싼 휴대전화기 부품을 수입하느라 무역수지도 악화됐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지난 2000년 6월 보조금 지급을 전면 금지했다. 보조금제도는 소비자들이 당장은 신형 휴대전화기를 싸게 살 수 있지만, 결국 서비스 원가에 반영돼 통화료가 비싸진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이 보조금 마케팅에 열중하다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7~9월 그룹 계열사 직원에 대해 대대적인 단말기 할인 판매를 실시했던 LG텔레콤의 경우 과도한 마케팅비용으로 인해 2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보조금은 필요악(?) =이동통신업체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꼭 필요한 도구”라면서 몰래 보조금을 써왔고, 정통부가 이를 적발해 과징금을 매기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통사들은 지난 추석에 즈음해 계열사 직원들에 대한 할인 판매와 판매 장려금 등 편법으로 보조금 지급에 나서다 적발돼 결국 영업정지 조치를 맞았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전 세계에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과 핀란드밖에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 표문수(表文洙) 사장은 “대부분의 상품은 유통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매기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데, 유독 휴대전화기에 대해서만 엄격한 가격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또한 오래 전에 출시된 구형 휴대전화기는 싼 값으로라도 팔아 재고를 처분해야 하지만, 현행 법으로는 이 같은 행위도 모두 보조금 지급 행위로 간주된다. 실제로 서울에 있는 한 이동통신 대리점 사장은 “출시된 지 6개월이 지난 전화기는 손님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데도 처분할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법은 없나 =휴대폰 보조금에 대한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에 휴대전화기 보조금 금지조항을 명문화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어기는 사람은 최고 5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정통부 한춘구 정보통신지원국장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보조금 규제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조금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산업자원부는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이 계속 발전하려면 일정 수준의 보조금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철(李相哲) 정통부 장관은 “업체 규모에 따라 보조금 한도를 정하거나 일정 기간 의무 가입 조항을 둬서 가입자가 금방 전화기를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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